제3회 개발의 날: 회사 생활 회고, 앞으로의 목표

매월 하루씩 개발의 날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세 번째 개발의 날이다.

지난번 개발의 날에 작성한 포스트를 읽어봤다. 개발의 날의 목적을 정하고, 단기적인 목표를 정했었다. 지난 개발의 날에는 포스트 작성 이외에 특별히 산출물을 만들어 낸 것은 없었다.

의의

사실 한 달에 하루, 일 년에 열두 번이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적은 시간이다. 주어진 이 시간 내에서 어떤 활동을 할 지도 잘 설정해야 할 목표 중 하나이다. 개발의 날이니까 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물론 하겠지마는, 예를 들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든지 개발 서적을 읽는다든지 하는 활동은 개발의 날 목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해당 활동은 다른 날에 시간을 더 할애해서 활동하는게 맞다.

물론 독서나 코딩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고, 더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원래의 목적과 마음가짐을 되새기는 것이다. 모든 계획은 작심삼일이 되기 쉽고, 어떻게 하면 처음의 마음가짐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포스팅에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지난 한 달을 되새겨보고 시간을 잘 보냈는지, 향상을 바라는 개발자로서 그에 걸맞는 활동을 했는지를 평가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해보고 목표를 세우는 것이 개발의 날에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달

지난 달에는 명시적인 목표는 없이, 회사에 적응하고 생활 패턴을 유지하면서 독서(토비의 스프링, 이펙티브 자바)를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고양이의 방해로 인해 평일 퇴근해서 집에서 독서하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에, 회사에서 점심식사 후 30분 정도 할애하기로 했다.

먼저 회사에는 잘 적응했다. 사실 입사 직후부터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고 별다른 교육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된 다음 주어진 일을 잘 해나가고 있다. 이번 달에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하고 최종 발표를 했다. 결과는 좋은 편이라고 전해들었다.

그리고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 패턴도 잘 적응했다. 6시에 일어나서 헬스장 다녀오고, 도보(편도 30분)로 출퇴근하고 밤 10시쯤에 잠드는 생활이다. 평일 5일, 여태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장을 다녀왔다. 매주 인바디를 측정하면 지표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 밤에 일찍 잠들어야 되다보니 평일에 취미생활을 할 수는 없지만, 사실 개발 일 자체가 체질에 잘 맞기 때문에 특별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활동 자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야근만 하지 않는다면…

독서는 많이 하진 못 했다. 아무래도 식사 후에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다보니 그런 경우도 있고, 필요한 물건을 산다든지, 결혼 준비 관련해서 통화나 카톡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케이스라면 독서를 하지 않는 정당한 이유로 꼽을 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독서 시간을 잘 챙기지 못 했다는 점은 아쉽기 때문에 이 부분은 조금 조정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한 달

일단 야근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그것만 충족된다면 앞으로도 건강한 생활 패턴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앞으로 반드시 생기겠지만 그래도 회사는 업무 환경에 대해 최대한 배려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있다.

아쉬웠던 독서 시간을 좀 더 확보해보려고 한다. 하루에 30분이라서, 이게 하루 단위로 보면 너무나 짧기 때문에 꾸준히 시간을 모아야 한다. 30분 x 주 5일 x 4주 해봐야 한 달에 고작 5시간이다. 독서를 하고 내용을 충분히 소화해내고 어떤 산출물까지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지금 주력으로 읽는 책은 이펙티브 자바이고, 토비의 스프링도 같이 조금씩 읽어보려고 한다. 토비 책은 무거워서 회사에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집에서 봐야 하긴 하지만.. (회사에 토비 1권은 없는데 2권은 있긴 하다)

평일 퇴근하고도 뭔가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걸 찾아 봐야겠다. 퇴근하면 일단 몸이 조금 피곤하고, 집안일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그리고 고양이가 방해하니 독서나 코딩은 힘들다. 지금 당장 생각이 떠오르는 건 개발 관련 블로그를 읽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 정도다.. (짧게 짧게 볼 수 있는 것들로)

회사에 관해

현재 상태보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싶다는 바람은 있지만, 아직 회사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당장은 회사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걸 정확히 파악해서 충분히 잘 해내고자 한다. 두각을 나타내려면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해가지고 갖다 주는 게 필요하겠지만, 일단 에바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 정도 역량이 되는지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내가 하는 일련의 야심찬 활동 때문에 팀원들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OJT 최종 보고서를 같이 입사한 신입에게 보여줘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는데, 나중에 이것 관련해서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생겼지만 그냥 더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원래 그런거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나이 먹으면서 생각해보니까 좋은 의도와 호의로 인한 행동이었더라도 사소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조금 신중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이 든다.

장기적인 목표와 야망

뭐 물론 자기 객관화는 필요하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프로페셔널로서 야망은 가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업종 변경해서 개발로 뒤늦게 뛰어들고, 공백기도 길어서 경력이 짧다는 사실에 매몰돼서 영원히 그냥 하급 코더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즘 드는 생각으로 정리해본 개발 역량의 단계는 아래와 같다.

  • A: 지시를 받고 세부 기능을 어떤 것이든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음
  • B: 요구사항에 맞게 프로젝트 설계, 베이스를 구축하고 개발 업무를 분담시킬 수 있음
  • C: 어떤 비즈니스를 창출할 때, 기술적인 모든 부분을 총괄할 수 있음

A는 한 3~5년차, B는 한 8년차 전후, C는 최소 10년차에서 한 20년차 정도 잡으면 될 것 같다.

지금은 충분한 A, B에는 조금 못 미치는 정도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프로젝트 베이스를 만들 수는 있지만 생각이 많아지고 다소간의 어려움을 느낀다. 이건 많이 안 해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필요한 개발 역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어떤 프로젝트 베이스에 인증 및 권한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할 것도 많았고 배운 점도 많았다. 완수해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아직은 수월하다고 볼 수는 없는 단계이다.

연말까지 근무하면 이제서야 만 4년 경력에 5년차가 시작된다. 목표는 내년 말 쯤에는 실제 경력인 6년차의 역량이 아니라 한 7~8년차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목표이다.

체질적으로 개발 일이 잘 맞고, 냉정하게 지능도 평균은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ㅋㅋ) 다른 부정적인 여건은 차치하고 좀 노력하다 보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근데 안주해서는 안 되고 분명히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발 외적인 업무 능력

위에서는 개발 자체만의 역량만 따져봤지만 사실 비즈니스에서는 상당한 개발 외적인 업무 능력도 요구한다. 개발 산출물을 영업 쪽의 도움을 받아 상응하는 금전 가치로 교환해내야만 개발자의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소스 코드만 생산해낸다고 끝이 아니라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고, 이것을 이용하는 고객과 의사소통 및 문제 해결까지 모두 해내야 한다. 이런 부분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고년차 개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급 개발자에게 관리자의 역할을 무조건 지우려는 것이 국내 개발 업계의 폐혜 중 하나로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현실은 현실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드 깎는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코드를 누가 사줘야 결국 제 값어치를 하는 거니까. 당장 문서 작성이 힘들더라도, 고객사나 다른 직군의 동료와 의사소통하고 문제 해결하는 것이 스트레스 받더라도, 당연히 해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런 와중에서도 해당 역량 자체를 키우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점들을 유념하면서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개발 외적인 업무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마무리

개발의 날 포스팅은 쓰고보면 일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당분간은 결혼 준비로 이래저래 바쁘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했으면 좋겠다.